브리콜라주
흔히 '혁신을 일으키고 싶으면 타깃시장을 설정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옳은 말인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예시가 있습니다. 바로 에디슨의 축음기 입니다. 에디슨은 사실 음반시장이 생길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축음기가 속기록과 유언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음빈시장의 탄생을 낳았습니다. 또다른 예시로는 라이트 형제가 발명한 비행기가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의 개발로 전쟁이 없어지길 바랬지만 현실은 전투기와 폭격기 등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들은 '용도시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한 혁신을 일으킬 수 없다'가 부정확한 가설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반대로 용도시장이 불명확해야 혁신이 무조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제록스사의 팰로앨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는 용도시장을 설정하지 않고 연구자의 백일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연구를 했습니다. 얼핏 들어보면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현대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마우스, GUI,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 언어 등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들이 이곳에서 실현되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결과 적자로 인해 빼앗기게 됩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하나 생깁니다. 용도시장을 정확하게 설정하면 혁신의 싹을 자를 가능성이 있고, 용도시장을 불명확하게 설정하면 상업화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뭔가 중요할 것 같다는 그레이 존(Gray Zone)에 대한 직감입니다.
브리콜라주 bricolage
마토 그로소(Mato Grosso) 원주민들의 '주변에서 발견하는 뭔지 잘 모르는 물건을
비예정조화 차원에서 수집해두었다가 여차할 때 요긴하게 활용하는 능력'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근대적이고 예정조화적인 도구의 조성에 대해 고찰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저서인 「야생의 사고」에서 원시부족사회의 브리콜라주 능력에 집중합니다. 원시부족사회에서는 부족에서 브리콜라주를 담당하는 브리콜뢰르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넓은 범위의 다양한 일을 한정된 자원과 이전에 산출한 물건의 잉여분을 통해 능숙하게 해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런 브리콜뢰르의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근대적이고 예정조화적인 사상보다 더 기개있고 유연한 사상을 내세웠습니다. 레비스트로스의 말처럼 브리콜라주의 사고방식은 현대에도 효과적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우주 계획인 아폴로 계획에서 탄생한 집중치료실(Intensive Care Unit)이 있습니다.
"그건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경영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자금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거대한 혁신의 대부분은 "뭔가 대단한 것 같다"는 직감에 이끌려 실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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