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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철학

[철학] 경제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

마르셀 모스

 

증여

 

 


 

마르셀 모스는 본인의 저서인 「증여론」에서 폴리네시아의 경제활동인 증여에 주목했습니다. 폴리네시아에서는 땅, 숲, 수산자원, 문화 등의 각종 자원을 보물이라는 뜻을 지닌 타옹가(taonga)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멜라네시아는 이런 자원들을 주고받는 의례적인 선물교환행위를 쿨라(kula)라고 불렀습니다.

 

이들은 증여를 의무로 보았습니다. 증여에는 세가지 의무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증여할 의무, 두번째는 받을 의무, 마지막으로는 답례 의무입니다. 이들은 주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체면이 구겨지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상대의 호의나 친절이 오히려 폐가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거절해서는 안된다고 봤습니다. 또 답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때문에 이 교환행위는 세가지 의무로 인해서 영원히 계속됩니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세가지 의무를 경제활동, 국내총생산(GDP)을 축소시키지 않기 위한 사고, 즉 '야생적 사고'라고 봤습니다.

 

오늘날 인간의 경제활동 가치를 계량하는 틀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고전파 경제학, 마르크스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노동가치설입니다. 노동가치설에 의하면 모든 일의 가치는 투입된 노동량으로 결정됩니다. 두번째는 신고전파에서 주장하는 효용가치설입니다. 효용가치설에 의하면 모든일의 가치는 효용의 크기로 결정됩니다. 하지만 이 경제활동 가치를 계량하는 두가지 범주에서는 증여라는 행위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경제학은 교환의 가장 근원적인 형태인 증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는 경제학의 한계입니다.

 

모스는 근대 이후 유럽사회가 증여라는 관습을 잃어버렸기에 경제시스템에서 인간성을 잃고 말았다는 사실을 비판했습니다. 모스의 비판은 능력과 니즈를 연결하는 사회적 비용이 극적으로 낮아진 시대에 회사와 나의 일대일 관계성은 유지해나갈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 증여와 감사의 교환을 바탕으로 한 관계는 증여한 사람에게 매우 건전한 만족감과 자기효력감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